
1. 개요
전기설비의 절연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누설전류를 측정할 때, 종종 접지선 전체에서 측정한 전류값과 각 개별 차단기별 누설전류의 합계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불일치는 측정오류로 오해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회로의 상호 간섭, 공통접지 구조, 비대칭 부하 특성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정상적인 물리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본 보고서는 이와 같은 측정 불일치의 주요 원인과 개선방안을 기술적으로 분석한 자료입니다.
2. 측정 불일치 현상 개요
보통 분전반에서 누설전류를 측정할 때는 두 가지 방식이 사용됩니다.
- ① 접지선 측정 방식: 전체 접지선에 클램프를 물려 설비 전체의 총 누설전류를 측정
- ② 개별 차단기별 측정 방식: 각 부하 회로별(L1, L2, L3, N 포함) 전선을 클램프하여 개별 누설전류를 측정
이론적으로는 두 측정값이 동일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20~50%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회로의 상호간섭이나 노이즈, 접지경로의 중첩, 비정상 접지결선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3. 주요 원인 분석
① 공통접지 구조에 의한 전류 분산
여러 부하 회로가 하나의 접지극을 공유할 경우, 각 회로에서 발생한 누설전류가 서로 간섭하면서 일부 전류가 다른 경로를 통해 분기됩니다. 이로 인해 개별회로에서 측정한 누설전류의 합보다 접지선 전체에서 측정한 전류가 적게 나오거나, 반대로 더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② 중성선(N선)과 접지선(PE) 간의 전위차
배전계통에서 중성선이 접지와 공통으로 연결된 경우, 부하 불평형에 의해 미세한 전위차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중성선 누설전류가 접지선을 통해 역류하게 됩니다. 이때 개별 회로에서는 정상값처럼 보이지만, 전체 접지선 측정 시 불필요한 합성전류가 추가되어 불일치가 발생합니다.
③ 측정기기의 정확도 및 주파수 응답특성
누설전류는 순수한 직류성분이 아닌 교류 및 고조파가 혼합된 파형으로 존재합니다. 따라서 클램프미터의 주파수응답특성(특히 40~1kHz 범위)이 제한적이면 일부 고조파 성분이 필터링되어 측정치가 작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접지선 측정 시는 여러 회로의 고조파가 중첩되어 실제보다 크게 표시될 수 있습니다.
④ 부하의 비선형 특성
인버터, 히터, 전자식 안정기, 정류기 등의 비선형 부하는 전류파형을 왜곡시키며, 이로 인해 상호간섭 전류가 발생합니다. 비선형 부하는 누설전류가 위상불일치 형태로 흐르기 때문에, 회로별 합산값과 실제 총합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⑤ 차단기 배선 및 결선 방식
일부 회로에서 중성선이 다른 차단기와 공유되거나, 접지선이 중간단자에서 병렬연결되어 있는 경우 각 회로별로 측정한 전류가 단일 접지선에서 합산되지 않습니다. 특히 노후 분전반에서는 배선 경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전류가 여러 루트를 통해 귀로를 형성하게 됩니다.
⑥ 외부노이즈 및 유도전류
고전류 부하(모터, 용접기, 냉동기 등) 인근에서 측정할 경우, 자계유도에 의해 측정기 내부에 미세한 유도전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실제 전류가 아닌 유도성 잡음이 포함되어 불일치가 커집니다.
4. 진단 및 개선 대책
- 1) 접지선 및 중성선의 결선상태를 회로도와 비교하여 교차결선 여부를 점검
- 2) 접지극 간 전위차 측정 (0.5V 이상이면 접지분리 필요)
- 3) 클램프미터의 주파수대역(DC~1kHz 이상) 지원 여부 확인
- 4) 고조파필터형 누설전류계 사용 시 정확도 향상
- 5) 접지라인이 여러 개 존재할 경우, 회로별로 독립접지 형태로 분리 측정
- 6) 부하를 순차적으로 ON/OFF 시켜 누설전류 변동패턴 확인 후 주요 원인회로 추적
5. 예방관리 및 모니터링 방안
- 정기점검 시 접지선 및 각 회로별 누설전류를 동시에 기록하여 추세 비교
- 에드센서(EDS) 기반 누설전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시간 데이터 수집
- 비선형 부하가 많은 설비에는 고조파대응형 차단기와 전원필터 적용
- 중성선·접지선 혼선 방지를 위한 단자라벨링 및 절연확인 강화
- 주기적 절연저항 측정(메거시험)으로 절연저하 예측 및 사전교체
누설전류의 불일치는 단순한 계기오류가 아니라 설비의 전류흐름 특성과 접지체계의 문제를 보여주는 진단지표입니다. 정기적으로 누설전류의 “합산오차”를 모니터링하면, 접지불량이나 회로누전의 초기 징후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습니다.
6. 결론
접지선 측정값과 개별 차단기 합계가 일치하지 않는 원인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공통접지 구조, 중성선 전위차, 고조파 간섭, 결선 불량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 작용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접지계통의 구조적 이해와 주파수특성 대응 계측기를 활용해야 하며, 정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장기 데이터로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국, 불일치의 근본 원인은 “전류의 귀로 경로가 단일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누전사고 예방과 설비안정성 확보가 가능합니다.